[흔들리는 시선] 법원행정처, 장애인차별금지법부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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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시선] 법원행정처, 장애인차별금지법부터 지켜야
  • 이재상 기자
  • 승인 2022.11.17 09:17
  • 수정 2022-11-1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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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을 전공한 뇌성마비장애인 박모 씨는 10년 동안 법원직 공무원 시험에 도전해 ‘법원사무직렬 9급 공개경쟁채용시험 장애인구분모집’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면접시험에서 3년 연속 탈락하자 차별행위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과 함께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11월 8일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등록된 뇌병변장애인은 25만3493명으로 15가지 장애유형 중 지체장애와 청각장애, 시각장애 다음으로 많았고, 출현율도 지체장애에 이어 두 번째를 차지했다. 2019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뇌병변장애인의 고용률은 12%로 정신장애인(11.6%)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뇌성마비장애인은 몸의 경직과 흔들림, 언어장애 등을 포함한 중복장애로 비장애인 근로자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노동시장에서의 차별을 잘 알고 있는 박 씨는 공무원, 특히 장애인 차별행위를 바로잡는 법원이라면 자신의 장애가 아니라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면접관은 면접 과정에서 뇌성마비장애인에게 ‘업무를 하다 보면 민원인과 의사소통을 해야 하는데 할 수 있습니까?’라는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에서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는 장애 관련 질문을 했다.

앞서 수원고등법원은 2020년 11월 상대방의 입술을 읽고 입으로 말하는 ‘구어’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류모 씨가 ‘공무원 임용시험에서 청각장애를 이유로 탈락했다’며 경기도 여주시를 상대로 제기한 불합격처분취소 항소심에서 “여주시는 지방공무원 최종 불합격처분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500만 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면접시험에서 면접위원이 ‘수화를 배우지 않은 이유, 동료와 어떻게 의사소통할지, SNS를 쓸 줄 모르는 민원인과는 어떻게 의사소통을 할지’ 등 청각장애인 응시자에게 장애에 관한 질문을 하는 것은 재량권의 범위를 현저하게 일탈하였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이러한 위법한 절차에 따른 류 씨의 불합격처분은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청각장애인 공무원은 근로지원인으로부터 대화, 전화통화 지원 등을 제공받을 수 있다. 면접위원들의 장애 관련 질문은 원고가 수행할 업무와 관련된 사항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의사소통 방법과 능력을 묻는 질문은 원고의 장애를 평가요소로 삼은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장차법에서 금지하는 차별행위”임을 강조했다.

위 판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법원행정처가 뇌성마비장애인을 면접시험에서 민원인과 의사소통 등 똑같은 이유로 차별을 한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장차법 제10조(차별금지) 제1항 ‘사용자는 모집·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교육·배치·승진·전보, 정년·퇴직·해고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규정부터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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