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증기기관차 타고 가을로 떠나는 곡성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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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타고 방방곡곡] 증기기관차 타고 가을로 떠나는 곡성 여행
  • 편집부
  • 승인 2022.11.04 11:01
  • 수정 2022.11.04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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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그동안 눌러왔던 여행에 대한 욕구가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다. 장애인생활신문은 이에 부응해 휠체어를 타고 지구촌 곳곳을 여행하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무장애 여행 칼럼니스트 전윤선(sun67mm@hanmail.net)의 ‘휠체어 타고 방방곡곡’을 2022년 말까지 매달 1회 연재한다. 장애인이 느닷없이 떠나도 장벽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국내 여행지와 무장애 여행정보를 전윤선의 글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평등하고 보편적인 무장애 여행이 특별한 것이 되지 않는 그 날을 기다리며. _편집자 주

[연재순서]

* 7월 서천 판교
* 8월 포천 산정호수
* 9월 안동 하회마을
* 10월 제주 치유의 숲
* 11월 곡성 기차마을
* 12월 덕수궁 석조전
전윤선_무장애여행 칼럼니스트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주인공처럼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을 휘돌아 돈다. 곡성 기차마을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을 따라 천천히 시간여행 하기 좋은 곳이다. 기차마을은 구(舊) 곡성역 안에 있다. 곡성역사는 옛 전라선이 지나가는 간이역으로 1930년대의 전형적인 철도역사 건축물이다. KTX가 운행하면서 전라선 선로는 폐지되고 옛 역사를 관광자원화해 곡성의 대표적인 여행지가 됐다. KTX 곡성역과 구 곡성역 기차마을(섬진강기차마을)의 거리는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여기서 노는 거 말고 뭣이 중헌디”
인권위 진정 통해 기관차에 리프트 설치

 

 KTX 곡성역에서 내려 구 곡성역 기차마을까지 짧은 거리는 온통 기차와 관련된 것 천지다. 기차를 개조해서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레일 펜션도 있지만 휠체어 사용인은 접근할 수 없다. 모든 사람이 방해물 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멋지고 아름다운 건축물인데 그래서인지 기차 펜션은 별로다. 

 

▲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우렁찬 기적을 울리는 증기기관차를 타고 섬진강을 둘러보는 가을 여행은 매력적이다. 섬진강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
▲ 곡성역사는 옛 전라선이 지나가는 간이역으로 1930년대의 전형적인 철도역사 건축물이다.

 작고 소박한 구 곡성역은 보는 것만으로도 정겹다. 영화나 드라마 세트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이 흐르고, 영화 <곡성>의 유명한 대사 “뭣이 중헌디”는 “여기서 노는 거 말고 뭣이 중헌디”로 바뀌어 담벼락을 장식하고 있다.  


 곡성역 안으로 진입하면 기차마을이다. 옛 전라선 선로를 그대로 보존해 오래된 기차를 전시하고 증기기관차 승강장도 마련돼 있다. 옛날 소화물 취급소 뒤쪽으로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찍을 수 있는 간이 세트장도 마련돼 있다. 기차마을 레일바이크도 곡성역까지 순환형으로 운행하고 있다. 레일바이크 탑승하려면 기차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어 불가능하고 설령 레일바이크를 탄다고 해도 두 사람이 번갈아 페달을 밟아야 굴러가기 때문에 하지장애가 있는 여행객은 거시기(?) 해서 패스다.


 기차마을은 2015년 열린 관광지 조성사업이 처음 시작될 때 선정돼 접근성 개선으로 장애인 등 관광 약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당시 열린 관광지로 선정됐지만 정작 증기기관차는 탑승 설비가 없어 탈 수 없었다. 모두가 타는 증기기관차에 휠체어 사용 장애인만 탈 수 없는 것은 차별이다. 그다음 해에 팸투어 차 방문해서 확인하고 장애인 차별로 인권위에 진정으로 리프트 설비가 마련됐다. 

▲ 기차마을 담벼락에서 열심히 놀 것을 웅변하고 있는 영화 <곡성>의 대사 “여기서 노는 거 말고 뭣이 중헌디.”

 증기기관차는 섬진강을 따라 가정역까지 천천히 운행한다. 증기기관차 승차권은 장애인은 50% 할인이지만 동행인은 무료로 여느 관광지와는 다르다. 기차를 타려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해서 승차 전에 기차마을을 둘러본다. 선로 양옆으로 코스모스가 한들거리고 로즈가든에는 가을 장미꽃이 한창이다. 가을에 핀 장미는 경쟁을 피해 자신만의 속도로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    

 

기차 시속 40km, 풍경 속도도 40km
섬진강변 따라 뻗어있는 자전거길 따라 라이딩도

 

 오후 2시 50분. 증기기관차가 기적 소리를 울리며 출발 준비를 한다. 큰 소리로 말할 때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라는 비유적인 말이 있다. 증기기관차의 기적 소리가 그 말을 증명해 준다. 증기기관차는 ‘미카3129’라는 번호표가 매겨져 있다. ‘미카3129’는 1940년 일본에서 제작돼 조선총독부 경성공장에서 조립됐다. 1981년까지 동해남부선 관광열차로 운행되다가 지금은 대전국립현충원에 전시된 유물이다. 


 현재 곡성 기차마을에서 운행하는 증기기관차는 당시의 기차를 그대로 본 따 만들었다. 기차는 총 3량으로 1호 칸과 3호 칸은 여느 기차처럼 두 명씩 마주 보며 앉는 좌석이고, 2호 칸은 지하철처럼 긴 좌석과 문 옆에 휠체어 좌석도 있다. 열차 안 풍경은 백 년 전 그대로 레트로 콘셉트로 꾸며졌다. 창문을 열려면 위로 힘껏 올려야 겨우 열린다. 

▲ 증기기관차 내부. 2호 칸은 지하철처럼 양편으로 마주보게 설계돼 있다.

기차의 속도는 시속 40km 정도로 풍경도 느리게 따라온다. 증기기관차 차장은 사십 년이 넘도록 알바를 하는 늙은 학생이다. 40년 전 육성회비를 내지 못해 고등학교를 휴학하고 끝내 졸업하지 못한 아쉬움에 교련복을 입은 채 지금까지 차장 일로 알바를 이어간다고 너스레를 떤다. 차장이 하는 일은 다양하다. 기차표 검표와 승객 안전 체크, 증기기관차 해설, 간식 카트를 이 칸 저 칸 밀고 다니며 쫀드기, 라면땅, 삶은 계란, 사이다, 별사탕까지 추억의 간식 판매도 겸하고 있는 1인 다역을 한다. 


 레일 위를 달리는 기차는 기억 속에 묻힌 인도 여행의 추억도 소환한다. 당시 3박 4일 동안 델리에서 콜카타까지 기차 여행을 했다. 말이 3박 4일이지 휠체어를 탄 내가 기차 안에서 3박 4일 동안 먹고 자고 싸는 여정은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내겐 즐거운 여행이었다. 모르는 사람들과 문화 차이도 있지만, 기차 안에서 퍼지는 인도인들의 노래로 가사는 모르지만 그들의 질곡한 삶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기차 안 승객들과 짧은 영어로 나눈 대화가 전부이지만 그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같은 여행이라도 즐거우면 여행이고 힘들면 고행이다. 이번 곡성 여행은 인도 여행 닮은꼴이다. 차창 밖으로 스치는 가을 풍경이 계속 따라 붙는다.  

▲ 곡성 기차마을의 증기기관차는 옛 전라선 철길을 따라 달린다.

  달리는 기차는 종점인 가정역에 도착했다. 가정역은 기차마을을 떠나 13km를 달려온 증기기관차와 침곡역을 출발하여 5.2km를 굴러온 레일바이크의 종착역이다. 기차는 가정역에서 30분 정차 후 다시 곡성 기차마을로 출발한다. 짧은 정차 시간이 아쉽다면 한 시간 후에 오는 다음 열차를 타면 된다. 


 가정에는 건넛마을까지 섬진강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출렁다리 위에서 섬진강을 배경 삼아 인생 사진을 찍어주고 작은 농촌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며 섬진강변을 따라 부유하듯 걷는다. 기차마을까지는 섬진강변 따라 자전거 길이 곱게 뻗어 있어 휠체어 라이딩하기에도 좋다. 한 시간 남짓 강변을 산책하고 다시 기차에 올랐다. 기차는 왔던 길을 되돌아 곡성역에 도착했다. 

 

3. 8일에 열리는 오일장, 지역 먹거리 가득
턱 없앤 식당 등 장애인들에게도 친절한 곡성 오일장

 

 기차마을 빠져나와 벼가 노랗게 익은 들판을 따라 구절초가 활짝 핀 충효공원으로 발길을 이어갔다. 충효공원은 작은 동산이다. 충효공원을 찾은 것은 가을에 근사한 풍경을 선물해주는 구절초 때문이다. 동산 위에 하얀 구절초는 가을에 내린 눈꽃 같다.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구절초는 애달프다. 충효동산에 올라와 아래 풍경을 보니 황금 들녘에 하얀 구철초의 절묘한 조화에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쿵쾅쿵쾅 속도를 내는 심장 소리가 귓가에 점점 더 크게 들린다. 이 순간, 이 풍경이 주는 감성에 오롯이 나를 맡겨본다.

▲ 기차의 속도로 뒤따라오는 곡성의 황금들녘

 동산 아래는 곡성천이 흐르고 천 옆으로 곡성 오일장이 있다. 곡성 여행은 오일장이 열리는 3일과 8일에 맞춰 가면 더욱 풍요로워진다. 


 지역을 여행할 때 오일장에 맞춰 가면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덕분에 여행이 더 행복해진다. 여행의 반은 ‘먹방’이라고 할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은 먹는 것에 진심이다. 그만큼 지역색을 띤 다양한 음식이 지역마다 있고, 음식문화가 발달했다. 오일장에서 착한 가격에 지역 농산물도 사고 싱싱한 삶의 현장도 직관한다. 게다가 물건을 살 때면 덤은 기본이어서 정까지 듬뿍 가져 올 수 있다. 곡성 오일장이 더욱 마음에 드는 건 문턱 없는 식당이 많고 장애인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서다.  


 어제는 지나가 버려 붙잡을 수 없고, 내일은 다가올 미래라 알 수 없다. 오늘만이 오롯이 내게 주어진 시간으로 가을을 만나는 짧은 시간이다. 오늘 불타는 가을 속으로 불나방처럼 뛰어들어 순간을 박제한다. 

▲ 가을꽃의 대명사인 구절초가 동산을 이루고 있다.

 

<무장애 여행정보>

*가는 길
KTX, S트레인 곡성역 하차.
곡성역에서 기차마을까지는 500m 정도밖에 안 돼 도보(휠체어)로도 갈 수 있다. 

*접근 가능한 식당
구 곡성역 건너편에 위치한 곡성 오일장의 식당 대다수가 턱이 없다. 

*접근 가능한 화장실
곡성 기차마을
곡성 오일장 등 다수

*예약 및 기타 문의
-코레일관광개발 곡성지사 홈페이지: shorturl.at/rwCHL
-기차마을 입장권 및 기타 문의: 061-362-7461/6635
-증기기관차 및 기차마을 레일바이크 문의: 061-363-9900/6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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