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재활예산’마저 싹둑 자르는 게 ‘약자복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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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재활예산’마저 싹둑 자르는 게 ‘약자복지’인가
  • 편집부
  • 승인 2022.10.20 09:55
  • 수정 2022.10.20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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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복지’를 구현하겠다던 정부가 내년도 예산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까지 전액 잘라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KBS 1TV 뉴스9는 “정부는 내년 예산에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운영비를 전액 삭감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하면서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두 곳 필수인력 인건비로) 17억4천만 원 정도 필요한데 내년도 예산은 0원”이라는 강선우 국회 보건복지위 위원의 말을 인용 방송했다. 어린이 재활환자에게 꼭 필요한 재활치료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해 기존 병원 2곳(서울재활병원과 국민건강보험일산병원)을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선정했다. 최소 3년을 운영하도록 하고, 전담 의사와 간호사, 치료사 등 ‘필수인력 인건비’ 지원까지 약속했던 정부가 정권이 바뀌자 돌변한 것이다.

장애 치료의 ‘골든타임’은 성장기라는데,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은 많지 않다. 장애아동의 조기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옮겨 다녀야 하는 ‘재활 난민’ 문제가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현실은 크게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장애아동은 29만 명이지만 재활치료를 받는 아동은 전체의 6.7%인 1만9천여 명에 불과하다. 재활치료 의료기관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동 재활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전국에서 1652곳뿐이다. 이마저도 42%(698곳)가 수도권에 몰려있고 제주에는 26곳(1.6%)밖에 없다. 장애아동만 전담 치료하는 병원은 2016년 개원한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뿐이다. 일본 200여 곳, 독일 140여 곳, 미국 40여 곳에 비하면 민망할 정도다.

어린이 재활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정부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 및 센터 건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했다. 하지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막대한 설립비와 운영비 부담 등으로 지자체와 의료기관의 외면을 받아왔다. 당초 전국 9개 권역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짓기로 했지만 올해까지 경남권, 충남권에 2곳, 전북권, 전남권, 강원권, 경북권, 충북권에 재활센터 8곳을 세우는 것으로 후퇴했다. 수도권과 제주권은 기존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공모해 병원 2곳과 센터 1곳을 지정했다. 재활병원은 입원 가능하며 재활의학과·소아과·치과를 필수로 갖춰야 하고, 재활센터는 낮병동·외래만 운영하고 필수 진료과목이 재활의학과뿐이다. 이에 충남권 대전공공어린이재활병원이 올 12월 개원 예정이지만 이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장애인 10대 미만 사망률이 전체인구의 37.9배, 장애인 10대 사망률은 전체인구의 16.4배에 달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치료가 충분히 제공되지 못하는 현실은 재활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중증장애아동들에게서 ‘희망의 빛’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적자가 뻔한 사업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와 의료기관이 선뜻 뛰어들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은 필수불가결하다. 중증장애아동의 건강권 문제가 오롯이 가족에게 떠넘겨져서는 안 된다. 장애어린이들이 어떤 차별도 없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이다. 말과는 달리, 어린 생명의 생사가 걸린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인건비 예산마저 전액 싹둑 자르는 파렴치가 윤석열 정부의 ‘약자복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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