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수원 세모녀 비극’ 발굴시스템 타령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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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수원 세모녀 비극’ 발굴시스템 타령 이제 그만
  • 편집부
  • 승인 2022.09.02 10:32
  • 수정 2022.09.02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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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월 21일 경기도 수원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60대 어머니와 40대 두 딸이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건강보험료가 18개월분 33만9830원이 체납된 가운데 이들은 모두 암이나 난치병과 채무 때문에 전입신고도 않고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손을 내민 흔적도 없었다. 질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숨진 어머니와 두 딸의 소식이 알려진 뒤,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에서 처음 언급 후 총리가 대책 발언을 하고 복지부 차관이 즉각 대책안을 내놨다. 숨진 세 가족은 정부의 위기발굴 대상이 아니었는데, 시스템을 개선해서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에도 여전히 똑같은 뒷북 대책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2월 서울 ‘송파 세 모녀 사건’ 역시 단독주택 반지하에서 세 들어 살던 60대 어머니 실직과 30대 큰딸 투병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밀린 집세와 공과금 등 현금 70만 원이 담긴 봉투에 ‘주인 아주머니께, 죄송합니다. 마지막 월세와 공과금입니다’란 유서를 남기고. 사건 이후 관련 법이 제개정됐고,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을 정비했다. 하지만, 수원 세 모녀는 복지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 2018년 국민생활실태조사 결과, 생계급여 대상자 중 34만 명이 비수급자였다. ‘기초보장급여를 신청하지 않은 이유’를 물었더니 응답자 34%가 “선정되지 않을 것 같아서”, 11.9%가 “제도를 몰라서”, 10.3%가 “신청과정이 번거로워서”라고 답했다. 발굴 문제만이 아니라는 증거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올해 7월까지 건강보험료 체납, 단전·단수 등 34개 정보를 이용한 복지 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으로 고위험군 458만3673명을 발굴했다. 이들 중 복지서비스를 지원받은 사람은 188만863명으로 41%에 그쳤다. 지난해 말 기준 복지 사각지대 대상자 133만9909명 가운데 50.5%인 67만6035명이 복지서비스를 전혀 받지 못했다.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원 세 모녀 사건이 있기까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복지 사각지대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제의 본질은 복지급여 수급자 선정과정에서 수급 기준의 높은 벽 때문에 벼랑 끝에서조차 수급자가 되지 못하고,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발굴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면피용일 수밖에 없다.

2014년 송파 세 모녀 비극 이후 각종 법과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재난 장기화로 복지 체계의 취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처럼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고위험군을 발굴만 해놓고 방치하면서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만 열을 올리는 모순에 빠져 있다. 문제는, 발굴된 고위험군조차도 복지수급 자격을 얻기까지는 복잡한 제도 탓에 스스로 자신의 가난을 증명해 내기란 산 넘어 산이란 것이다. 취약계층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단지 발굴 시스템 문제만은 아니라는 의미다. 정부가 정말로 열어야 할 정부 곳간은 닫아걸면서 예산 부족을 핑계 삼아 말로만 제도 탓만 하니 취약계층의 비극은 예견된 인재일 수밖에. 요는 정부의 의지 문제다.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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