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_ 인천 장애인들을 위한 보건의료 허브 역할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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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_ 인천 장애인들을 위한 보건의료 허브 역할 톡톡
  • 정은경 기자
  • 승인 2022.09.02 10:21
  • 수정 2022-09-02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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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결혼한 발달장애인 A 씨는 한 달에 한 번씩 하는 걸로 알았던 생리가 없자 당황스러웠다. 동네 산부인과를 찾았으나 그녀에게 적절한 의료서비스를 받기가 어려웠다. 내일모레 퇴원 통보를 받은 B 씨는 교통사고로 한 다리를 잃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맞듯 장애인이 된 그는 어떻게 일상을 살아내고 재활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이런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그런데 막상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이용하는지 아는 사람은 적다.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설립된 지 2년여가 되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알아보기 위해 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인천센터)를 찾았다.
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직원들이 사무실 앞에서 이용자들에게 사랑의 하트를 보내고 있다. 왼쪽부터 김예성 간호사, 임다혜 사회복지사, 안은지 작업치료사, 정한영 센터장, 박우영 부팀장(행정), 이예지 팀장(사회복지사)

인천시 중구 서해대로 366 정석빌딩 B동 807호. 주소만으로는 어딘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인하대학교병원 옆의 큰 빌딩이라고 하면 웬만한 인천시민이라면 ‘어, 거기!’ 할 것이다. 이 빌딩 8층,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문을 상상하고 갔는데, 벽에 붙어 있는 ‘인천광역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라는 현판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평범한 문 하나(안은 절대로 들여다보이지 않는다.), 노크를 하고 문을 열었다. 의료기구라고는 1도 없는 정말 그냥 평범한 사무실에 다섯 명의 직원들이 열심히 업무를 보고 있다.

 

간호사,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로 구성

대부분 현장을 발로 뛰는 현장 전문가들

 

“하하하. 사실 우리 사무실을 직접 찾아오는 장애인들은 거의 없어요. 대부분 저희 직원이 방문해서 상담도 하고, 병원 진료에 동행도 하죠. 방문(대면)사업이 주라고나 할까요?”

살짝 당황하는 기자에게 운영기획팀 박우영 부팀장이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인천센터에는 정한영 센터장(인하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을 필두로 6명의 직원들이 근무한다.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박우영 씨를 빼고 나머지 5명은 모두 여성이고 간호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다. 건강보건팀의 이선윤·김예성 간호사, 의료지원팀의 안은지 작업치료사, 이예지·임다혜 사회복지사가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대부분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뛰는 사람들이다.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2022년 8월 말 현재 전국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14개소가 운영되고 있다. 중앙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국립재활원에 있고, 보건복지부 소관 단체다. 이들의 운영 예산은 국비와 광역자치단체에서 50대50으로 지원된다. 인천시에는 2020년 7월 인하대학교병원이 지역장애인의료센터로 지정됐고, 2021년 1월 28일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그러니까 이제 생긴 지 1년 반 남짓 된 기관이다. 그렇다고 텔레비전에 공익광고를 하는 곳도 아니니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는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가?

홈페이지를 보니 전국적으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하는 사업은 △장애인건강관리 사업 △여성장애인의 모성보건사업 △보건의료인력 및 장애인·가족에 대한 교육 △건강검진, 진료, 재활 등 의료서비스 제공 지원 등 크게 네 가지다. 제목만 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하자 직원들은 각자 맡은 업무를 중심으로 인천센터의 사업을 소개했다.

각 구별로 상이한 보건소 CBR사업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보건소 담당자들과의 간담회.

 

보건소 재활사업 지원…재활표준매뉴얼 발간 예정

여성장애인 모성보건 사업…군구별 병원확보

보건의료인력-장애가족 동영상 비대면 교육

소아청소년장애인 재활의료서비스 연계 주력

 

우선 장애인건강관리 사업. 지역사회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장애인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지역센터들에서 가장 주력하는 사업으로 지역 보건소CBR사업(Community Based Rehabilitation, 지역사회중심재활사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다. 인천센터에서는 이 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사업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이들을 연결해 서로의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했다. 특히 각 보건소별 CBR사업 수행 현황을 분석, 사업 성과가 좋은 보건소를 멘토 보건소(계양구보건소)로 선정해 이를 중심으로, 보건소별로 상이한 CBR사업의 표준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

보건소CBR사업과 관련, 또 하나 중요한 사업은 사업 대상자를 발굴해 연계하는 일이다. 인천센터는 대학병원이나 재활병원 퇴원환자 등 CBR사업이 필요한 사람들을 발굴(또는 의뢰를 받아)해 가정방문 후, 한 사람당 3번씩 방문해 그들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이나 보건소에 연계하고 있다.

여성장애인의 모성보건사업 역시 임신·출산 여성장애인 방문사업으로 의뢰가 들어오면 인천센터의 간호사가 직접 대상자 가정을 방문, 무엇이 필요한지를 파악해 의료기관에 연계해준다. 임신·출산 여성장애인의 경우 등록을 통해 관리를 위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지역 여성병원과 연계해 산전-출산-산후 관리를 한다. 이를 위해 인천센터는 각 군구별로 1개씩 분만이 가능한 여성병원과 업무협약을 진행 중이다. 현재는 새봄여성병원(부평구), 청라여성병원(서구), 서울여성병원(미추홀구), 고은여성병원(미추홀구), 인천권역 난임·우울증상담센터가 협력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력 및 장애인·가족에 대한 교육사업은 사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대면 교육이 어려워 난항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인천센터에서는 비대면 교육으로 전환, 간호사, 간호조무사,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을 대상으로 줌 프로그램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 및 가족 교육은 소규모라는 점을 감안해 소규모 대면교육과 상황에 따른 비대면 교육도 병행했다. 특히 비대면 교육을 위해 ‘재가장애인 재활운동’ ‘코로나19 예방 교육’ ‘세라밴드 운동’ ‘장애인 구강관리 교육’ 등 4편의 동영상을 제작, 배포해 높은 호응을 얻었다.

마지막으로 건강검진, 진료, 재활 등 의료서비스 제공 지원 사업은 장애인, 특히 소아청소년 장애인을 재활의료 서비스에 연계시키는 사업에 주력했다. 그리고 센터 등록장애인을 대상으로 세라밴드 재활운동, 일상생활 훈련 등 재활훈련 프로그램을 담은 운동책자와 다이어리를 제공하기도 했으며, 소아청소년장애인 및 가정을 위해서는 월령별 영유아 발달 체크리스트 제작 제공, 의료비 지원 등의 정보 제공 사업도 활발히 펼쳤다.

인천센터는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 등의 인프라를 표시한 건강맵을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건강맵 시각화 구축 회의 장면.

 

인천시 장애인 의료현황 조사, 한눈에 파악토록 시각화

교보교육재단과 인천시 무장애 의료 인프라 지도 제작

 

여기까지가 지역센터 홈페이지나 연차보고서에 나타난 공식적인 사업 내역이다. 그러나 인천센터는 이보다 더 눈여겨볼 만한 사업을 하고 있다.

그 하나는 인천지역 장애인 의료현황 조사다. 인천센터는 전국 최초로 인천시 공공의료지원단과 함께 인천지역 장애인 보건의료 현황 및 통계를 조사해 이를 토대로 권역, 중진료권, 지역별로 분류해 시각화 작업을 거쳐 자료집을 만들어 보급했을 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를 통해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정한영 센터장이 밝힌 ‘인천지역 장애인 보건의료 정책 개발의 토대자료 제공’이라는 나름의 역할 정의에 충실한 사업이다.

두 번째 인천센터만의 특색사업은 무장애 지도 개발이다. 이 사업은 교보교육재단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 교보교육재단의 무장애 지도 플랫폼 ‘우리동네무장애지도(https://www.kbedu.or.kr/ud/)’에 인천지역의 의료시설에 대한 무장애 지도를 더하는 것이다. 사실 센터 자체적으로 인천지역에서 장애인들이 갈 수 있는 병원이나 지하철, 의료시설 등의 편의시설과 장애 인프라의 랭킹을 매겨 지도에 표시하는 인천 무장애 지도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교보교육재단과 연결이 되어 올해 업무협약을 체결, 공동사업으로 진행하게 됐다. 올 한 해 데이터를 수집, 정리했고, 내년에 전국 최초로 인천지역의 의료시설에 대한 무장애 지도를 우리동네무장애지도(교보 플랫폼)에 업로드 할 예정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인천센터는 또 다른 지도 계획도 갖고 있다. 바로 고도(高度)지도. 미국 시애틀에서 제작된 장애인을 위한 디지털 지도 애플리케이션 ‘접근성 지도 시애틀(Access Map Seattle)’과 같은 개념의 지도다. 시애틀의 지도는 가파른 도로, 장애인이 접근 가능한 버스 정류장 및 엘리베이터 위치, 건설현장 등을 색상으로 구별하여 지도에 표시되도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이 애플리케이션은 사용자가 휠체어, 보조기구 등의 이용 여부를 미리 설정해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오르막길의 경사와 내리막길의 경사를 설정하면, 개인의 능력에 맞게 길을 계산하여 안내하도록 설정되어 있다. 인천지역 의료시설 및 각종 편의시설의 접근성을 이와 같이 표시한 지도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야기를 끝낼 무렵, 박우영 부팀장이 “아차, 이것도 홍보 좀 부탁드려요.” 하며 포스터 한 장을 내민다. 9월 1일 개최되는 ‘인천-경기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공동세미나’ 포스터다. ‘의료취약지 재가장애인의 의료접근성 향상 방안’이 주제다. 인천센터는 장애인 이동권과 접근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장애인 이동권 개선’ 포럼을 개최했으며, 작년 개소 기념 세미나에서도 의료취약지에 대한 의료접근성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인천지역에 특화된 장애인 보건의료 의제를 개발하고, 그 현황을 조사해 지역사회 장애인을 위한 ‘보건의료 허브’가 되겠다는 인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무엇보다 형평성을 핵심가치의 맨 앞에 둔 인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건승을 빈다.

인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이용하는 방법은 온라인과 전화를 통한 신청 크게 두 가지다. 온라인 상담신청은 인천센터 홈페이지를 접속, 상단 바의 참여>신청>상담신청의 순서를 통해 하면 되고, 전화 신청은 032-451-9052~7로 하면 된다.

 

 

“지역 장애인들 건강한 삶과 행복 위해 최선 다하겠습니다”

정한영 인천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장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의사생활 30년 동안 진료는 물론 학회활동 등을 열심히 해 오면서 마음에 걸렸던 것이 대학병원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장애인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늘 가슴속에 있었죠. 그런데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에서 인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인천센터)를 맡아서 운영해 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던 것이지요.”

국립대병원도 아닌 민간의료기관으로, 속된 말로 ‘돈도 되지 않는’ 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맡아 운영하는 일은 인하대병원으로서 그리 기꺼운 일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중앙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제안을 받고 병원 쪽에 전달했을 때 병원의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인천지역에 근거를 둔 3차 병원으로 인하대병원에서 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잘 운영하면 병원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간다.’는 정 센터장의 설득에 병원 측도 공감해 왔다.

그렇게 인천센터로 지정된 후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는 데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그중 하나는 직원이었습니다. 병원 사업이 아니고 정부 사업이다 보니 직원 모두 기간제 계약직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 뽑기가 쉽지 않았죠. 초창기에는 직원들이 들어왔다, 나갔다 우여곡절이 많았죠. 그러다 지금의 직원들로 안정화되면서 본격적인 운영이 가능해졌습니다. 지금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나름의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어 너무 고맙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공간이었다. 지역센터의 크기는 148.76m²(약 45평)로 규정되어 있는데, 인하대병원 내에는 그만한 공간이 없었다. 찾다 찾다 결국 지금의 장소를 점찍었는데, 문제는 현재의 빌딩이 오래된 건물이라서 장애인편의시설(장애인화장실)이 1층과 8층에만 갖추어져 있었던 것. 그러나 1층은 공간이 전혀 없었고, 8층 현재의 공간은 인천금연지원센터가 확장을 위해 이미 가계약을 한 상태였다. 정한영 센터장은 정공법을 선택했다. 인천금연지원센터장 이훈재 교수(인하대 사회의학교실)를 만나 장애인보건의료센터의 사정을 설명하고 이훈재 교수의 이해와 도움으로 현 공간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센터 지정부터 개소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인천센터는 정말 쉽지 않은 여건에서 시작한 것 같다. 그럼에도 정한영 센터장의 소신은 확고하다. “인천센터는 인천지역 장애인의 의료 현황 데이터를 수집, 전문가와 일반인 등 양쪽에 맞게 커스터마이징(맞춤 제작)해서 제공하는 역할과 지역 내 장애인 의료보건 인프라를 연결하는 ‘허브’가 될 겁니다. 물론 우리의 이런 미래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될 당면과제가 있긴 하지만요.”

정 센터장이 꼽는 인천센터의 당면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그 하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일 수 있는 ‘예산’이다. 인천센터의 한 해 예산은 5억3천만 원(국비/시비 각 50%). 이 예산으로 각종 사업과 인건비, 임대료 등 모든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체계적인 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플랜의 기초가 되는 연구사업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도 부족하고, 직원들 처우도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다른 하나는 공공기관과의 협조 문제다. 인천센터는 인천시와 정부를 대신해 일을 하지만 정부기관이 아니다 보니 보건소 등 공무원과의 협조가 쉽지 않다. 다행인 것은 올해 들어 인천시와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향후 사전 협의만 되면 인천센터 사업에 대한 공문을 인천시 명의로 보내주겠다는 협의를 이끌어 내 문제의 해결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인천센터와 정한영 센터장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지역 보건소 CBR매뉴얼과 건강맵을 제작하고, 요즘 정 센터장이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료접근성’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포럼도 연다. 물론 센터의 사업 업무들은 기본이다. 모두 한 가지 목표, ‘인천시 지역 장애인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내일’에 기여하는 인천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가 되겠다는 목표를 위한 묵묵한 발걸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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