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윤석열 정부, 현금복지공약 ‘돌려막기’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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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윤석열 정부, 현금복지공약 ‘돌려막기’ 아니길
  • 편집부
  • 승인 2022.05.06 09:17
  • 수정 2022-1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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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소득 불평등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자 현금성 복지지원을 노동시장 취약계층과 아동·노인·장애인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복지국가 개혁 방향’을 발표했다. 노동시장 취약계층과 아동·노인·장애인에 복지지원을 집중하겠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현금성’ 복지지원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 있다. 인수위가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현금성 공약을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시킨 것은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게다가, 5월 3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조차 주요 대선 공약들이 당초 약속보다 후퇴하거나 흐지부지돼 윤석열 정부의 공약 이행 가능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복지정책 비전도 찾을 수 없다.

윤 당선인의 현금공약에는 병사 월급 200만 원 외에, 부모급여 신설과 기초연금 확대, 장애인개인예산제 등이 있다. 양육비 부담을 덜기 위해 0~12개월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대상으로 매달 100만 원씩 지급하고 65세 이상에 지급되는 기초연금을 현행 30만 원에서 40만 원으로 올리겠다는 것. 윤 당선인 측은 기초연금을 인상하는 데 약 35조4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부모급여 공약은 7조20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장애인 공약 중 새로운 것은 ‘개인예산제’다. 돌봄서비스 이용자가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병사 월급과 부모급여는 단계적 인상으로, 기초연금 인상 약속은 시기도 불명확한 연금개혁 연계로 후퇴됐다. 재원조달도 불분명하다.

이 같은 현금성 복지지원 공약을 두고, 돌봄과 같은 사회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정책 수행 주체를 민간에 위임하는 방식을 강조해 공공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현금성 복지지원 공약 이행을 위해 기존 복지예산을 줄이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식의 복지예산 ‘돌려막기’가 아닐까 하는 불안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인수위는 여러모로 박근혜 정부의 판박이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기초노령연금을 확대 개편해 65세 이상 모두에게 20만 원의 기초연금(국민행복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지만,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약속을 뒤집었다. 기초노령연금을 기초연금으로 명칭만 바꿔 국민연금을 지급받는 노인에게 ‘차등지급(삭감)’하겠다고 수정해 논란이 됐었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감세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인수위는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막대한 재원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부모급여 신설의 경우 복지예산 구조조정으로 현행 △출산지원금 △임신바우처 △0~1세 영아수당 등을 폐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실질적인 재원조달 방안도 없이 기존 제도를 명칭만 바꾸어 대체하는 식의 편법을 쓰는 돌려막기가 아닌가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개인예산제를 보더라도 “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줘 좋은 것처럼 보이지만 장애인 이동·교육·탈시설 등 권리예산은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개인예산제를 시행하면 결국은 한정된 예산을 두고 장애인들끼리의 갈등,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한 장애계의 지적도 흘려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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