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불편하다’는 상징성을 지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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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불편하다’는 상징성을 지우고 싶었다”
  • 차미경, 배재민 기자
  • 승인 2022.04.07 09:49
  • 수정 2022.04.07 0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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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사회적 인식은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이번에 개최한 제31회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감성과 아이디어로 메시지를 전달한 수상자들 중 스토리텔링 분야는 박성근 씨 <누가 앉은뱅이 꽃을 꺾는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영상 분야 최우수상은 임상일·최수현·차영우·이민우 씨의 <놓치지 마세요>가 수상했다. <놓치지 마세요>는 면접이라는 간단한 소재를 통해 편견이 능력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묘사한다.

포스터디자인 분야 최우수상작은 진서영, 진서현 자매가 제작한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이다. 이 포스터는 아기자기하고 기발하지만 강렬하다. ‘장애인’이란 단어에서 ‘애’를 버리고 ‘장인’이라는 단어로 재발굴해냈다. 사라진 애 부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연주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니면 요리를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장애인생활신문>은 3개 분야 수상자들을 만났다. - 차미경, 배재민 기자

 

제31회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

포스터디자인 분야 진서영/진서현 자매

“수상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결과를 확인한 당일은 온종일 기쁨에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니와 함께 참여했기에 더 좋았습니다.” 동생 진서현 씨의 수상 소감이었다. 진서현 씨는 공모전 결과를 확인 후 바로 언니 진서영 씨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의 기쁨을 함께 누렸다고 회상했다. 언니 진서영 씨는 “여러 공모전에 나갔었지만 처음으로 크게 수상하게 되어 많이 놀랐습니다. 꿈인 줄 알고 홈페이지 새로 고침을 여러 번 눌렀던 게 기억나네요.”라고 말하며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라고 당시의 감정을 묘사했다.

포스터디자인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는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진 동생과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언니의 합작품이다. 당시 진서영 씨는 슬럼프를 겪는 시기였고 동생은 그런 언니를 위해 ‘무엇이든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무작정 공모전을 찾아보았다. 그중 자매의 눈에 띈 공모전이 장애인고용콘텐츠다. 진서현 씨는 “디자인에 관심을 가진 언니와 특수교육에 관심을 가진 제가 함께 머리를 맞대면 사회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진심을 담아보자는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했습니다.”고 말했다.

한편 언니의 입장은 살짝 달랐다. 진서영 씨의 감정은 부담이었다. 그는 “침체기를 거치고 있던 제가 받은 동생의 공모전 링크에 들어갔을 때, 한눈에 봐도 주제를 잘 전달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아 위축되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엔 막막했지만 동생이 용기를 내고 함께 해보면 좋겠다고 격려해주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동생 덕분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저 또한 장애인 고용에 대해 많이 배우고, 포스터 구상부터 제작까지 진행해 볼 수 있었던 뜻깊은 공모전이었습니다.”라고 현재의 심정을 드러냈다.

자매가 만든 포스터 디자인과 내용은 아기자기하고 기발하다. 그들은 서로 고민하며 이전 수상작들을 참고하고 장애인 고용이라는 주제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전달할지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진서현 씨는 “장애인 하면 떠오르는 ‘몸이 불편하다.’라는 상징성 자체를 제거하고 싶었습니다.”라며 “그래서 가장 먼저 장애인이라는 단어를 분해해 새로운 단어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그러다 ‘장인’이라는 단어를 보고 처음부터 장애인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게 진행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애인의 ‘애’라는 단어가 ‘거리끼다’는 한자어인 만큼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시각적인 측면에서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아예 단어를 찢어 시야에서 가리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에 시각화하는 작업은 언니에게 부탁했습니다.”라고 작업과정을 설명했다.

진서영, 진서현 자매의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
진서영, 진서현 자매의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

 

진서영 씨가 이어 답했다. “포스터 한 장에 모든 것을 담아야 하는 만큼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구사하는 작업에서 도전정신을 느꼈습니다. 장인이라는 단어와 즐겁게 일하는 사람만 보았을 때 장인정신으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게 했고, 그 밑에 작은 문구로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를 배치해 그때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게끔 구성해 보았습니다. 작품을 보시는 분들께서 제가 의도한 대로 보셨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다양한 자리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즐겁게 일하는 장애인분들의 모습이 우리가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만큼은 꼭 느끼셨기를 바랍니다.”

자매는 이어 그들이 생각하는 장애인에 대한 생각을 설명했다. 자매는 “장애인은 우리 사회의 특별한 친구도, 나와 다른 존재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이라는 말은 그저 법적인 기준이 필요하기에, 도움이 필요한 영역이 존재하기에 만들어진 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보지 않는 사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동등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을 벗어나야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매는 장애인이라는 프레임이 벗겨지면 장애인 고용은 자연스레 ‘고용’ 그 자체의 문제로 이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전했다. 그들은 장애인 고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론 지금 당장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더 많은 고용주가 장애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며 장애인 역시 고용되기 위한 메리트를 갖출 수 있도록 충분한 직업교육을 받아야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특수교육 영역이 장애인의 ‘고용’까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궁극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이 달라진다면, 장애인 고용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전했다.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자매는 장애인의 날은 단순히 우리 주변의 장애인에 대해 인식하거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아닌 현재 장애인들이 겪는 차별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에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4월 20일을 떠올릴 때, 단순히 ‘우리 사회에 장애인이 함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이 겪는 차별에 조금 더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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