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자가 능력 있으면 회사 고를 수 있어…장애인도 예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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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자가 능력 있으면 회사 고를 수 있어…장애인도 예외 아니다”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2.04.07 09:46
  • 수정 2022-04-07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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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를 바라보는 비장애인들의 인식과 사회적 인식은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이번에 개최한 제31회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감성과 아이디어로 메시지를 전달한 수상자들 중 스토리텔링 분야는 박성근 씨 <누가 앉은뱅이 꽃을 꺾는가>가 최우수상을 받았다.

영상 분야 최우수상은 임상일·최수현·차영우·이민우 씨의 <놓치지 마세요>가 수상했다. <놓치지 마세요>는 면접이라는 간단한 소재를 통해 편견이 능력을 어떻게 배제하는지를 묘사한다.

포스터디자인 분야 최우수상작은 진서영, 진서현 자매가 제작한 <한 글자만 지워도 능력이 보입니다>이다. 이 포스터는 아기자기하고 기발하지만 강렬하다. ‘장애인’이란 단어에서 ‘애’를 버리고 ‘장인’이라는 단어로 재발굴해냈다. 사라진 애 부분에는 그림을 그리거나, 연주를 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아니면 요리를 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채워졌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걸까? <장애인생활신문>은 3개 분야 수상자들을 만났다. - 차미경, 배재민 기자

제31회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

영상분야 최우수상 임상일 감독

주인공이 화장을 이쁘게 하고 팔에 의수를 끼운 채 어디론가 향한다. 그가 향한 곳은 면접장이다. 면접관들은 주인공의 한쪽 손만 보고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고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는 등 편견에 입각한 조언을 한다. 주인공은 그 소리에 더 위축되고 면접관은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불합격 통보를 내린다. 주인공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려고 할 때 전화가 울린다. 그는 유창하게 영어로 얘기한다. 또 다른 전화가 울린다. 이번에 일본어로 유창하게 얘기한다. 두 전화 모두 다른 회사에서의 합격 전화다. 면접관들은 부랴부랴 이력서를 펼쳐보고 그녀의 화려한 스펙을 확인한다. 면접관은 회사에서 일해볼 생각은 없는지 묻는다.

제31회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 영상분야 최우수상을 수상한 <놓치지 마세요>의 내용이다. 임상일 감독은 “수상 결과를 보고 박수를 한 번 쳤어요. 쟁쟁한 경쟁자분들도 많았는데 그 사이에서 1등을 한 것에 감사했습니다.”고 생생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임상일 감독은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공공기관 홍보 영상, 관련 가이드 영상 위주로 촬영을 했고 현재에는 1인 제작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과거에 공모전을 여러 번 참여했었고 다문화 UCC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도 걸렸었고 일도 별로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회사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할 돈도 모였었어요. 아무거나 만드는 것보다 의미있는 걸 만들고 싶어 공모전을 찾아보았어요. 기한이 너무 촉박한 공모전들은 다 패스했는데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은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 제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작 기간이 3주보다 조금 더 짧아서 시나리오를 쓰고, 콘티를 그리고 섭외까지 촉박했었어요.”

임상일 감독의 '놓치지 마세요'의 한 장면
임상일 감독의 '놓치지 마세요'의 한 장면

 

촉박한 일정이었지만 임 감독을 공모전 영상 제작에 착수하게 한 이미지는 편견과 의수다. 임 감독은 “공모전 내용 중에 휠체어처럼 너무 뻔해 보이는 것들은 지향한다고 적혀있었어요. 그래서 콘셉을 생각하다 이야기보단 이미지로 한눈에 시청자들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손에 의수를 생각했습니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고용에 있어서 사업주들의 불편한 시선, 편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어요. 굳이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구직자들은 회사에 선택받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굉장히 능력이 있으면 반대로 회사를 고를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장애인들 중 남들보다 취업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구상하게 되었습니다. 능력은 있는데 장애로 인해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게 된 캐릭터죠.”

주인공은 그 이유로 작품에서 반전을 선사한다. 그를 무시한 면접관들 앞에서 다른 외국계 회사에 합격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마지막에 캐릭터가 면접관에게 좀 얄밉게 대해요. 말 그대로 과하지 않은 소소한 복수에요. 공공기관 광고는 대중이 불편하지 않는 선에서 제작되어야 하기에 딱 알맞았던 것 같아요.”

임 감독은 앞으로도 계속 영상을 제작할 것이다. 그는 미래에 제작할 영상에 대해 “장애인고용 콘텐츠 공모전은 가치 있는 작업이에요. 이런 가치 있는 주제로 더 좋은 생각들을 구상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다음 과제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으면 당연히 못 만들겠죠. 그래서 좋은 생각이 잘 떠오르도록 이런 주제에 대해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괜찮은 메시지, 좋은 메시지, 공익적으로 의미 있는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는 감독이 되고 싶어요.”라고 본인의 지향점을 밝혔다.

임 감독은 “한가지로 정의하기에는 정말 어렵지만 모두 웃을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 아닐까”하고 그가 바라는 세상에 대해 답했다. 그가 말한 웃음은 세상의 쾌락이 아닌 인간적인 순수한 마음에서의 웃음이다. 부디 감독이 바라는 세상처럼 장애라는 편견에 우는 세상이 없어지고 웃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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