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의 벽을 판타지 속 희망으로 허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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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을 판타지 속 희망으로 허물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2.03.25 17:25
  • 수정 2022-03-25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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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지금, 여기 이곳에」작품전시회 연 김태란 작가

김태란 작가의 모든 작품 속에는 드래곤(Dragon, 용)이 삽입돼 있다. 작품에 따라 전체 외형이나, 발톱, 눈만 그려져 있기도 하지만 형태만 다를 뿐 드래곤을 캔버스에 담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선천적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김태란 작가에게 용은 현실을 표현하기도 하지만 때론 상상 속에서 위안을 얻는 형상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에서도 용은 신비롭고 영험하며, 신(神)적인 존재로 생각하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들을 수 없는 현실에서 벗어나 다시 들을 수 있게 해달라는 소원을 들어줄 수도 있는 존재이기도 하고, 또 사회적으로는 고난과 역경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존재라 생각하고, 그것을 캔버스에 담고 있어요.”

실제로 3월 23일부터 31일까지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다솜’에서 열린 김태란 작가의 전시회 주제 역시 <유토피아 지금, 여기 이곳에>였다. 유토피아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벽 사회를 말하며, 작가는 ‘드래곤’이라는 상상 속의 오브제를 통해 유토피아를 표현했다. 작가는 불안감, 불평, 과잉의 현대사회의 불행을 드래곤을 통해 역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20여 점을 선보였다.

김태란 작가에게 ‘유토피아’란 어떤 세계일까? 작가는 이에 대해 유독 ‘장애’에 대해 닫혀 있는 우리 사회가 보다 열린 시선으로 변화한다면 제게는 그곳이 유토피아일 것이라고 답했다.

 

18X24, 수채화, 아크릴
18X24, 수채화, 아크릴

 

소통의 한계에 부딪힌 소녀,

그림에서 위안을 얻다

 

다섯 살 때부터 크레파스와 색연필 등으로 그림을 그리고 끄적거리는 것을 좋아했다는 김태란 작가는 그림 외에도 수영과 골프, 피겨스케이팅을 배우기도 했지만 그림이 자신과 가장 잘 맞는다는 생각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그림을 시작했다고 했다. “수영과 골프, 피겨스케이팅 모두 재미는 있었어요, 피겨스케이팅의 경우 2급 자격증까지 딸 정도로 실력도 쌓았었고요. 그런데 듣지 못하는 저한테는 음악과 동작을 맞추는 것이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수영과 골프 역시 코치님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진행해 나가야 하는데, 그것도 한계가 있었고요. 하지만 그림은 타인과의 소통보다는 저 자신과의 대화라는 점에서 더 와닿았던 것 같아요.”

소통의 한계는 작가에게는 새로운 영감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어떠한 대상과의 대화를 통해 영감을 얻기보다는 상상을 통해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지하철을 타고 가거나, 길을 걸을 때는 물론 여행지에서의 풍경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을 하고 그것이 영감으로 이어지는 거죠. 제 작품에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이 들어간 것 역시 그것의 연장선이에요.”

이처럼 그림에서 위안을 얻기도 하지만 힘든 순간을 맞닥뜨리는 것도 그림을 그릴 때라고 말하는 김 작가는 완성된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스스로 캔버스를 잘라서 버리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특히 요즘에는 대학원 논문을 위해 의도치 않게 같은 주제의 그림을 계속 그리다 보니 그 재미가 조금 반감된다며, 옅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제가 현재 인천가톨릭대학원에 재학 중이고 졸업 논문을 준비하고 있거든요. 그렇다 보니, 계속 논문 주제에 맞는 작품을 그리고 있어요. 드래곤이 바로 그 주인공이죠. 드래곤만큼이나 환상세계, 마법 등 다양한 소재로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제약이 있다 보니 작업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는 제가 제일 잘 알아요. 결국, 다시 또 그림을 그리고, 가장 재미있어할 일이 그리는 일이라는 걸. 그래서 지금 꾸욱~참고 있어요.(웃음)”

 

12지신/18X24-12장 /수채화, 아크릴/ 2022
12지신/18X24-12장 /수채화, 아크릴/ 2022

‘십이지신’ 작품 담은 엽서 제작

대중과 소통위해 다양한 방법 찾아

 

서양회화를 전공하고 있지만, 동양적인 판타지에도 관심이 있는 김태란 작가는 복을 기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로 십이지신(十二支神)의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자주 그리기도 한다. 또한 오방색(황/黃, 청/靑, 백/白, 적/赤, 흑/黑)의 5가지 색)을 사용한 작가는 오행성(목성, 금성, 화성, 수성, 토성)을 뜻하며, 기복 신앙(祈福 信仰)을 기원하는 의미도 작품 곳곳에 담았다. 물론 여기에도 드래곤의 눈을 숨은그림찾기처럼 작품 사이사이에 나타내, 이를 찾는 재미도 작품을 감상하는 데 한 몫 차지한다.

동서양의 판타지를 접목하는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김 작가는 최근 자신의 작품 중 하나를 엽서로 제작했다고 했다. 김태란 작가는 “아무래도 순수 미술작품을 대중들에게 선보일 기회가 많이 없다 보니,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친근하게 접할 수 있도록 엽서를 제작하게 됐다. 항상 소통의 어려움을 느끼는 삶을 살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먼저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 이 같은 시도를 했다.”고 설명했다.

3월 23일부터 31일까지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다솜’에서 김태란 작가의 전시회[유토피아 지금, 여기 이곳에]가 진행 중이다.
3월 23일부터 31일까지 인천시교육청평생학습관 갤러리 ‘다솜’에서 김태란 작가의 전시회[유토피아 지금, 여기 이곳에]가 진행 중이다.

그녀는 좀 더 먼 미래에는 판타지와 마법 등을 소재로 한 자신의 그림을 웹툰과 일러스트에 접목하는 것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계획을 전하기도 했다. 개인 전시회를 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녀지만 개인적인 생활에서는 25세 나이에 맞게 아기자기한 피규어를 모으고 애니메이션과 드라마를 시청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하지만 다양한 취미생활 중에서도 역시 가장 흥미로운 것은 ‘그림 그리는 것’이라며 자기 일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비췄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동안에는 소통의 한계도 장애에 대한 벽도 없는 그녀만의 유토피아가 이미 펼쳐지고 있는 듯했다. 그녀의 머리와 가슴속에 새롭게 그려질 환상과 희망의 세계가 다음 작품에는 또 어떻게 표현될지 벌써 궁금해진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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