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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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정보와 지식 그리고 경험
  • 배재민 기자
  • 승인 2022.03.11 09:58
  • 수정 2022-03-11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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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기자와 친분이 있는 휠체어 장애인분과 홍대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식당은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장소를 검색해 상대가 기자에게 알려주었다. 하지만 사진과는 다른 식당의 크기에, 우리는 원하던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새로운 식당을 찾아야 했다. 기자는 상대에게 무엇이 먹고 싶냐고 물었다. 그가 답했다. “제가 무엇을 먹고 싶은지보다는 어디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더 빠를 거에요.”

평소 비장애인들과 비슷한 상황이 생겼을 때, 전혀 듣지 못한, 상상도 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 실제로 우리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식당을 찾기까지 약 20분이 걸렸다. 공간이 괜찮으면 턱이나 계단이 우리를 가로막았고, 계단이나 턱이 없으면 공간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대한민국에서 휠체어 장애인들의 이동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은 기자도 알고 있었다. 이는 나름 장애인 전문지에서 일하며 익힌 기자의 정보다. 하지만 정보는 실상황에서 전혀 쓸모가 없었다. 기자가 무심코 뱉은 질문이 지인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 우리가 지식이라 말하는 것들의 대부분은 경험이 결여된 정보의 파편들이다. 보도나 책, 논문, 다큐멘터리 등을 통해 접한 정보는 피상적으로 머리에 기록된다.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다만, 경험 없는 정보는 인간이 빠진 텍스트로만 남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정치인들은 늘 소수자들에 대한 정책과 공약을 낸다. 하지만 그 내용 중, 논문과 보고서를 통해 얻은 정보가 아닌 실제 사람들을 만나 고충을 확인하고 만든 정책들은 얼마나 될까. 탁상공론이라는 사자성어가 이래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이번 대선기간 동안 장애인들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현장에 직접 가서 그들의 고충을 들여다본 후보는 한 명밖에 없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인수위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3월 23일까지 수립되지 않는다면 3월 24일부터 다시 출근길 지하철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말했다. 부디 이번 대통령 당선인은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서 보고서의 정보가 아닌 실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장애인들의 정책을 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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