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사람)순수함을 그림에 담아 행복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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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만난사람)순수함을 그림에 담아 행복을 전한다
  • 차미경 기자
  • 승인 2020.07.31 09:41
  • 수정 2020-07-3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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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우 작가

본지는 발달장애청년들의 예술 활동을 응원하고 그들의 작품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됨으로써 장애인예술의 이해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한 특별한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이에 전시회 ‘발달장애인 청년작가전2020 : 보고…다시 보고’에 참여했던 19세부터 34세 발달장애청년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을 통해 담아내고자 하는 세계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본지가 이번 호에 만난 작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을 그림을 통해 전달함으로써 다른 이에게 행복을 선물하는 정민우 작가다. 

정민우 작가의 그림은 말 그대로 ‘순수’하다. ‘사사로운 욕심이나 못된 생각이 없음’이라는 사전적 의미대로 화려함이나 꾸밈은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그림에 담아낸 행복한 감정가 사랑스러움이 더욱 크기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동물을 좋아하는 정민우 작가는 대상의 특징을 빨리 캐치해서 동물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자신만의 느낌을 담아 묘사한다.

정민우 작가의 어머니 최선희 씨는 어려서부터 자주 동물원을 다니며 동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이 지금 정 작가의 작품에 녹아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우가 어렸을 때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동물원을 갔던 것 같아요. 나들이 의미도 있었지만, 정서적 안정을 위한 게 더 컸어요.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고 자는 모습, 나무를 타는 모습 등 동물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던 것이 지금 민우의 그림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얼룩말 digital painting 50X50cm 2019
얼룩말 digital painting 50X50cm 2019

 

정 작가는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동물의 모습을 바탕으로 작업 전 영상 등을 통해 동물을 관찰하고 그중 한 부분을 캐치해 자신의 스타일 대로 표현한다. 단순한 묘사와 따뜻한 색감은 복잡하고 피곤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심리적 힐링을 선물한다.

정민우 작가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우리가 만나본 작가들과는 조금 다른 작업 스타일이다. 작가 대부분이 캔버스 위에 작업하는 것과 정 장가는 태블릿을 활용한 ‘digital painting’ 기법으로 그림을 그림으로써 작품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물고기 digital painting 50X50cm 2019
물고기 digital painting 50X50cm 2019

 

“민우의 동물 캐릭터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물건들이 생산되고 있어요. 수첩과 손거울, 텀블러, 필통, 파우치 등에 민우의 그림을 인쇄하는 거죠. 실제 인사동에서 진행한 개인전에 판매하기도 했는데,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어요. 그림을 전시하고 그것을 관람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일상소품에 민우의 작품을 담고, 그것을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음으로써 민우가 세상 밖으로 한발 더 나아가는 것 같고, 또 다른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정민우 작가 역시 자신의 그림을 좋아해 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이해하고 있고, 그 안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개인전을 할 때 관람객들이 한 분, 한 분 들어올 때마다 민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녕하세요, 잘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를 하는 모습을 봤어요. 표정도 굉장히 신나 보였고요. 민우는 원래 성취욕이 강한 스타일이에요.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욕심도 많고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그림을 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해하고, 또 자신감도 높아지는 것 같아서 엄마로서 너무 보기 좋아요.”

정민우 작가는  태블릿을 활용한 ‘digital painting’ 기법으로 그림을 그린다.

 

정민우 작가의 어머니는 본격적으로 작가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그림을 배울 기회를 얻게 되고, 또 크고 작은 전시회에 참가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현실성 있는 지원이 이루어져 정민우 작가를 비롯해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작품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감사하게도 지자체와 기업 등의 후원을 통해서 민우와 같은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하고 전시회도 열기는 하지만, 이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활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또 다른 기업의 후원 등을 기다려야 하는 것의 반복이에요. 그렇다 보니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재능을 가진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정민우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닭, 돼지, 말’ 등을 언급했다. 이는 작가 자신이 ‘닭띠’여서, 사랑하는 여동생과 돼지와 말띠이기 때문이었다.

십이간지 digital painting 80X60cm 2019
십이간지 digital painting 80X60cm 2019

그의 그림만큼이나 단순하지만 너무 사랑스러운 대답이었다. 이러한 정 작가의 순수함이 고스란히 담겼기에보다 많은 사람이 정민우 작가의 그림의 매력에 빠져드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세상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하는 정민우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가 내민 손을 잡길 바라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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