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만난사람- “목포에서 올라오는 길이 제겐 소풍가는 날처럼 설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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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사람- “목포에서 올라오는 길이 제겐 소풍가는 날처럼 설레요”
  • 차미경 기자
  • 승인 2019.11.28 16:46
  • 수정 2019-11-28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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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씨 /혜광오케스트라 색소폰 /시각장애 중증
 
혜광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던 지난 11월 28일 김진홍씨는 새벽 5시30분에 전라남도 목포에서 출발했다고 했다. 혼자서 열차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긴 여정이지만 무대에 서는 기쁨이 그 노고를 다 잊게 해준다는 김진홍씨와 공연 전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라남도 목포에 위치한 은광학교의 교사로 재직 중인 김진홍 씨가 혜광오케스트라와 인연을 맺은 건 4년 전이다.
 
“제가 재직 중인 은광학교와 혜광학교가 연계해서 여름방학 기간에 직무연수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그때 혜광오케스트라를 처음 접했는데, 저도 저기서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죠. 그 뒤부터 매달 한 번 씩 전체합주가 있는 날마다 올라왔고, 오늘 공연을 포함해서 벌써 4번째 함께 무대에 서고 있어요.”
 
진홍씨도 목포에서도 연주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합주 등이 대부분이어서 혜광오케스트라의 배려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목포에서 일반인분들과도 협주를 하고, 지역 특성상 해군 군악대분들하고도 연주를 하지만 아무래도 비장애인 속에서 장애인으로 연주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아요. 근데, 혜광오케스트라에서는 연주자 개개인에게 지급되는 인이어가 있어요. 시각장애인들은 지휘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지휘자가 ‘시작’이라든지, ‘소리가 작습니다’ 같은 메시지를 연주자들에게 들려주는 거죠. 소리에 의지해서 합주를 이어갈 수 있으니 공연의 질도 훨씬 높아지는 것 같아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연주에 대해 그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공연을 떠올렸다.
 
“규모가 커서인지 악기의 울림 등도 다르고, 분위기도 웅장하고 정말 그 순간은 소름이 돋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가족들도 직접은 보지 못하고 나중에 인터넷으로 봤는데, 많은 사람들 중에 저를 찾아보면서 신기해하기도 하고 즐거워하기도 했고요.”
 
혜광오케스트라에서의 즐거움이 있지만 다시 목포로 내려갈 때는 이 활동을 목포에서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항상 남는다는 김진홍 씨는 경제적 지원 등이 이루어져서 목포에서도 무대에 서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현재 6~7명의 시각장애인들끼리 모여서 연습도 하고, 합주도 해보지만 아무래도 다 각자의 본업이 있다 보니 시간과 경제적 비용을 충분하게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은 편이에요. 전라남도나 작게는 목포시에서라도 지원을 해주셔서 장애예술인을 발굴하고 공연할 수 있는 기회와 발판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어요.”
목포에서 인천으로 올라오는 길은 항상 소풍가는 날처럼 힘들기 보다는 설레고 기분이 좋다는 김진홍씨에게 ‘섹소폰과 음악’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냐고 질문했다. 그리고 그의 대답은 ‘커피 같은 존재’였다.
 
“연주가 잘 안 될 때는 씁쓸하기도 하고, 또 잘 되면 달콤하기도 하고, 뜨겁게 데이기도 하지만 온기를 주기도 하고, 무엇보다 향기가 있잖아요. 색소폰과 음악이 저에겐 커피처럼 그런 의미에요. 무엇보다 중독성이 있다는 것도요. 섹소폰을 접하게 된 걸 정말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해요. 더 나이가 들어서도 취미활동이 보장되잖아요. 저와 같은 시각장애인들은 이동의 제약이 많다보니 취미활동을 선택하고 즐기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음악은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으니까요.”
 
오늘 공연 이후의 계획과 앞으로의 꿈을 묻는 질문에는 수줍은 미소를 보이더니 ‘독주(협연)’이라고 이야기 했다.
 
“될지 안 될지는 지금으로서는 자신 없지만 그래도 꼭 한 번은 개인 독주 무대를 꼭 서고 싶어요. 그 상상을 하면 벌써 가슴이 뛰는 것 같아요. 지금처럼 음악을 사랑하고 또 열심히 하다 보면 그 꿈도 실현이 되겠죠?(웃음)”
 
자신의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먼 길을 오가는 것 조차도 설레이는 순간이라고 말하는 김진홍씨에게서 은은한 헤이즐넛 향이 나는 듯 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난 후 그와 함께하는 혜광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들으며 그를 다시 봤을 때는 달콤한 카페모카의 향이 느껴져서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면서 달콤한 기분이 들었다.
 
훗날 그의 독주 무대에서 다시 한 번 인터뷰하는 날을 기대하며, 김진홍씨의 삶과 그의 연주에 박수를 보낸다.
 
차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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